📘 1993년 12월 7일 (화) / 날씨 : 맑음
기숙사 316호 동기들과 회포를 풀다
오전 1, 2교시 강의는
한국건설품질관리연구원 안영기 이사장이 맡은
<품질관리> 과목이었다.
3교시에는 공사 사례 VTR을 시청했다.
내용은 일본 신칸센 해저 터널공사 과정이었다.
영상은 기술적인 면에서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그 정밀성과 시공 시스템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오후 4, 5교시는
도가한의원 안중선 씨의 강의.
주제는 <생활 속의 역(力)과 기공>.
처음엔 강의실 분위기가 다소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그는 *氣(기)*와 *道(도)*에 대한 수련법을
간단하게나마 체계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안중선 씨는 《천기누설》이라는 책의 저자이자
스포츠조선에 고정 칼럼을 연재하고 있었고,
서울대 철학과와 하버드대를 졸업한 인물이기도 했다.
정치・경제・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유명 인사들로부터 존경과 신망을 받고 있다고 했다.
첫인상은 30대 초반의 핸섬한 미남 같았고,
“무슨 도인이 저런 외모냐?”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실제로는 47세,
여섯 번이나 천국을 다녀왔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음담패설조차 뼈가 있는 내용으로 연결시켜
지루할 틈 없는 강의를 이어갔고,
청중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어내는 데 충분했다.
6, 7교시엔
인터세크 회장 최종환 님의 강의가 이어졌다.
그는 과거 과기처 장관과 건설부 장관을 지낸 분이었고,
주제는 <건설기술 개발의 필요성과 관리기술>.
장관 재직 시절의 경험은 물론,
한 기술자로서 평생을 걸어온 인생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강의였다.
특히 서울대 재학 시절
장춘체육관을 직접 설계한 장본인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인상 깊었다.
그는 기술인의 긍지를 드높이는데
크게 기여해 온 인물이었다.
저녁 일과 후,
며칠 전부터 계획해오던 316호실 멤버들과의
회포의 시간이 드디어 실행에 옮겨졌다.
1인당 1만 원씩 걷어
밖에 있는 조그만 호프집으로 나가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취침시간이 가까워질 즈음 숙소로 돌아왔고,
서울대 김형돈은
술이 모자랐다며 한 잔만 더하자고 졸라댔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말려서 같이 돌아왔다.
내일은 현장 견학 수업이 예정되어 있다.
기대가 된다.
오늘의 수업이 뇌를 자극했다면,
내일은 온몸으로 현장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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