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감성 사이, 그 어느 다리위에서...

7. 복원일기장

[복원일기] '93.12.05. - 혼자 떠난 바다 — 작약도에서 광화문까지

불꽃엔지니어 2025. 5. 19. 11:01

📘 1993년 12월 5일 (일) / 날씨 : 맑음

 

아, 피곤하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다리가 아프다.

 

지난 밤, 숙소에서 홀로 잠을 잔 후
아침 7시 기상 시간에 맞춰 일어났다.
평소와는 달리 세수도 하지 않고 식당으로 갔다.

외박을 나간 사람들이 많아
식사 인원이 몇 명 되지 않았다.
아는 사람도 없어, 조용히 혼자 밥을 먹고
간단히 세수를 한 뒤 교육원의 문을 나섰다.

전날 밤 마음먹은 대로
서해 바다에 가보기로 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였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연안부두.

맑고 푸른 색의 동해 바다와는 달리,
처음 본 서해 바다는 검은빛을 띠고 있어
바닷물이 다소 더러워 보였다.

아마도 모래사장이 많은 동해와 달리
갯벌이 많은 서해의 특성 때문이리라...

또 하나 특이했던 점은,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을 보여주는 동해와는 달리
서해는 곳곳에 크고 작은 섬들이 자리하고 있어
바다라기보다는 넓은 저수지 같은 인상을 줬다.

다만,
바다 냄새와 정박해 있는 배들이
서해의 풍경을 대신해 주고 있었다.

 

여객선 터미널에 들렀다가
가장 가까운 섬인 작약도에 가보고 싶어져
승선표를 끊고 11시 배를 탔다.
탑승 인원은 30여 명 정도로 많지 않았다.

내가 지금껏 배를 타 본 기억은
중학교 2학년 한산도 수학여행 때 딱 한 번.
그래서 마치 사춘기 소년처럼
신기한 마음으로 배에 올랐다.
(훗날 나는 인천대교 건설공사에 참여해
인천 앞바다에서 지겹도록 배를 타게 된다)

 

25분쯤 항해하니
손바닥만 한 작은 섬, 작약도에 도착했다.
(우리 고향 동네만 한 크기 정도였다)

작약도 유원지라 하여
약간 들뜬 마음으로 섬에 첫발을 내디뎠는데
보이는 것은 온통 식당들 뿐이었다.

유원지라면 흔히 그렇듯
손님 끌기 손짓이 이어졌고
그런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섬의 바닷가를 두세 바퀴 돌고 나니
더 이상 볼거리가 없었다.
그래서 오후 1시 25분 배를 타고
섬을 빠져나왔다.

 

돌아오는 길,
인천대학교에 들러 캠퍼스를 잠시 구경했고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올라가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보다
다시 교육원으로 돌아왔다.

 

기숙사에 도착하자
피곤이 몰려왔다.

이제 내일 수업을 위해
서둘러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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