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을 말하지 못했던 존재들의 구조적 침묵1. 익숙한 그 문장, 그러나 무거운 울림『홍길동전』은 고전이라기보다언어의 억압을 절절히 드러낸 구조문학이다.“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였소이다.” 이 말 한 줄엔 단순한 신분 차별을 넘어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존재의 통증이 있다.불릴 수 없다는 건, 존재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2. 우리는 '대한민국'이라 부르지 못했다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우리의 나라를, 우리가 지은 이름으로 부르지 못했다.Korea는 고려의 그림자였고,불란서는 프랑스를 불로 시작해 버린 기형이었고,미국·독일·호주는 우리 말이 아니라,타인의 언어를 필터 삼아 받아 적은 이름이었다.우리는 나라를 나라라 말하지 못했고,말할 수 없었던 시절을 관성처럼 지금도 안고 살아간다.3.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