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12월 8일 (수) / 날씨 : 맑음
현장견학을 다녀오다
오늘 학과 시간에는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을 견학했다.
토목 1, 2반은 4대의 관광버스에 나눠 탔고,
건축반은 2대의 버스를 타고
삼성의료원 건축현장을 다녀온 모양이다.
우리는
우리나라 최초로 시공 중인 4차선 NATM 공법 터널공사 현장과
도로 토공 작업 현장 등을 둘러보았다.
(정확한 위치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아마도 구리~퇴계원 구간이지 않았을까 싶다.)
입교 후 매일 고밀도 강의만 이어지다가
야외로 나가 현장을 직접 보니
수업이 훨씬 더 현장감 있게 다가왔고,
무엇보다 기분이 상쾌했다.
사실 학교 다닐 때
터널공사 현장은 이미 몇 번 견학한 적 있었기에
딱히 새롭거나 놀랍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견학은
더 체계적이고, 확실한 이해를 가져다줬다는 점에서
분명한 성과가 있었다.
오후 6시부터는 2시간 특강이 있었다.
한국건설연구원 실장님이
《건설공사 감리업무지침서》에 대한 해설 강의를 진행했다.
우리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주요 자료들로는
- 감리업무지침서 (전부 암기 대상)
- 토목공사 일반시방서
- 기타 120여 종의 각종 시방서 등이 있었다.
수업이 1시간쯤 지나자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감리 제도를 법제화해 강화한다고는 하지만,
막상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경우
- 감리의 신분 보장은 어떻게 되는가?
- 감리 권한과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 시공사와의 갈등이 발생하면 어떻게 조정되는가?
- 사고 시 감리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등등
현장감 있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강사는 지침서를 직접 입안한 실무자였지만,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당황하고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 제도는
애초부터 성공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설계 없이,
그저 건설부장관의 강한 의지에 의해 밀어붙인 느낌이었다.
그런 불안감은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니었고,
강의가 끝난 지금도
기숙사 곳곳에서 동기들의 토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의 이 목소리를,
고병우 건설부장관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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