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도 안 났는데 왜 불란서야
1. 프랑스? 아니, 불란서?
프랑스 영화, 불란서 화장품, 불란서빵…
한때 ‘불란서’는 고급스러움과 세련됨의 대명사처럼 쓰였지만,
가만 보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불란서?
불 난 서쪽 나라?
이건 진짜 말장난이 아니라, 이름 붙이기의 역사적 아이러니다.
왜 프랑스를 굳이 ‘불란서’라고 부르게 된 걸까?
2. ‘불란서’는 한자식 발음 흉내
‘불란서(佛蘭西)’는 프랑스(France)의 발음을
한자로 억지로 음차한 표현이다.
- 佛(불) → 프
- 蘭(란) → 랑
- 西(서) → 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소리를 흉내 내려는 ‘그림자 번역’**일 뿐.
‘불’은 부처도 아니고, ‘란’은 난초도 아니고, ‘서’는 단지 서쪽이라는 지리적 이미지일 뿐이다.
즉, 이 조합은 의미도 없고, 언어학적 정통성도 없는
그저 한자문화권이 만든 기형적인 외국어 표기일 뿐이다.
3. 왜 이런 이름이 생겨났을까?
19세기까지 동아시아(중국·일본·조선)는 알파벳이 없었다.
그래서 서양 국가 이름을 모두 한자 음차로 바꿨다.
- 프랑스 → 佛蘭西
- 독일 → 獨逸
- 러시아 → 露西亞
- 이탈리아 → 義大利
- 미국 → 美利堅合衆國
이런 번역 시스템은 중국에서 시작, 일본에서 정리, 조선에서 수입되었다.
‘불란서’ 역시 일본이 먼저 쓰기 시작했고,
한국은 식민지 시기를 거치며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4. 지금은 뭐가 맞을까?
오늘날엔 대부분 **프랑스(France)**라는 이름을 쓴다.
외래어 표기법에도 ‘프랑스’가 표준이다.
하지만 아직도 어딘가에선 ‘불란서’가 살아 있다.
그건 단지 옛말의 관습이 아니라,
식민지 언어 시스템이 남긴 잔재일 수 있다.
단어 하나에도 역사의 먼지가 붙는다.
말이 오래됐다고 모두 아름다운 건 아니다.
5. 불꽃의 시선
우리는 너무 오래
남이 만들어준 이름을 받아들여 살아왔다.
프랑스를 ‘불란서’라 부를 이유는 없다.
그 이름엔 우리가 만든 것도, 우리가 선택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름은 말의 얼굴이다.
불란서라는 이름은
우리 언어의 초상화를 왜곡시킨 그 시절의 흔적이다.
이제는 프랑스를 프랑스라 부르자.
그리고 말 속의 그림자를 하나씩 지워보자.
그것이 ‘불꽃의 시선’이다.
by 불꽃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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