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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불꽃의시선

100달러를 왜 ‘100불’이라 부를까?

불꽃엔지니어 2025. 6. 21. 13:45

—  말 속에 남은 식민지의 그림자 — 

1. 달러가 불이라니? 어디 불났어?

우리는 자연스럽게 말한다.
“100달러? 아, 100불.”
하지만 생각해 보자. 왜 달러를 ‘불’이라고 부를까?
그건 달러의 본래 발음과도,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과도 전혀 관련이 없다.
정작 미국 사람들은 자기 화폐를 “불”이라 부르는 한국식 표현을 알지도 못한다.

이 단어, 듣기엔 우스꽝스럽지만 유래는 꽤 무겁다.

2. ‘불’은 어디서 왔나?

'불'은 한자 '弗(불)'에서 왔다.
이 한자는 달러(Dollar)의 발음을 흉내 내기 위해 만들어진 음차용 글자였다.

달러의 ‘달’이나 ‘러’가 아닌, 전혀 관련 없는 **‘불(弗)’**이라는 글자를 선택한 건
19세기 후반 중국과 일본에서 먼저 사용하던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였다.

특히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미국 화폐를
‘米弗(미불)’—미국의 불—이라 불렀고,
이 표현이 한국에도 그대로 정착했다.

해방 이후에도 정부 문서, 회계 용어, 뉴스 보도 등에서 이 관습은 고스란히 이어졌다.

즉, ‘불’은 우리 스스로 만든 표현이 아니라,
식민지 언어 구조의 잔재이자 관성의 결과이다.

3. 그럼 지금도 틀린 표현일까?

틀렸다고 하긴 어렵다. 이미 관용어로 정착했으니까.
하지만 정통성은 없다.
게다가 “불”이라는 말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단지 **그 시절, 한자를 쓸 수밖에 없던 환경에서 ‘소리를 한자로 억지로 표현한 흔적’**일 뿐이다.

오늘날엔 영어도 익숙하고, ‘달러’라는 말도 누구나 이해하는데,
굳이 ‘불’이라는 표현을 계속 쓸 필요는 있을까?

4. 불꽃의 시선

우리가 말하는 “100불”은 단지 돈의 단위가 아니다.
그건 말할 권리를 빼앗겼던 시절,
이름 붙이기조차 스스로 할 수 없었던 때에 남겨진 흔적이다.

말은 존재를 규정하고,
언어는 기억을 보존한다.

그래서 어떤 단어는,
그 자체가 역사이고 구조다.

 

100달러는 달러라 부르자.
우리가 부르는 말은, 우리 말이어야 하니까.

 

by  불꽃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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