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은 아는 것 같지만, 모르는 것들
미국, 독일, 호주.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부르는 나라 이름들이다.
하지만 이 단어들을 그 나라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그게 누구?”라는 반응이 돌아올 수 있다.
왜냐고?
그 이름은 그들이 자칭한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2. 나라 이름도 번역되었을까?
생각보다 많은 나라 이름이
자국명과 전혀 다른 타국어 기반 번역 또는 의역으로 불리고 있다.
미국 | United States of America | USA | America → 美(아름다울 美) |
독일 | Deutschland | Germany | 일본식 음차 ‘獨逸(도쿠이츠)’ |
호주 | Australia | Australia | 豪州(호화로운 대륙?) |
러시아 | Rossiya | Russia | 중국식 음차 露西亞 |
이탈리아 | Italia | Italy | 義大利 → 일본식 음차 |
이들 이름은 대부분
중국 → 일본 → 조선이라는 경로를 거쳐
한자문화권의 음차 또는 의역 체계로 표기된 흔적들이다.
3. 그러면… 미국은 왜 ‘미국’일까?
미국은 영어로 United States of America다.
그런데 한자로는 ‘美利堅合衆國’.
이걸 줄여서 美國, 즉 ‘아름다울 미(美)’ + 나라 국(國)이라 쓴다.
이건 America를 음차한 ‘미리견(美利堅)’에서 유래했고,
그걸 줄여서 그냥 ‘미국’이라 부른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자신을 “미국”이라 부르지 않는다.
우리는 이름을 줄인 것도 아니고, 번역한 것도 아니며,
그저 남의 소리를 한자에 억지로 우겨넣은 이름을 받아들인 것이다.
4. 독일은 더 어이없다
‘독일’은 영어 Germany도 아니고,
실제 독일어 자칭인 **Deutschland(도이칠란트)**도 아니다.
‘독일(獨逸)’이라는 표현은
**일본식 음차인 ‘도쿠이츠(どくいつ)’**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우리는 이걸 아무 검토 없이 받아들이고,
오늘날까지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누군가가 제멋대로 만든 이름을 우리가 지금까지 국가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5. 호주는… 호화로운 대륙?
‘호주(豪州)’도 흥미롭다.
영어로는 ‘Australia’, 본래 뜻은 '남쪽의 미지의 땅'.
그런데 중국은 ‘Australia’를 豪(호화로울 호) + 州(대륙/지방)로 의역했다.
무슨 기준으로 ‘호화롭다’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소리가 비슷하다는 이유일 뿐이다.
그러니까 ‘호주’라는 이름조차
의미 없이, 관습적으로, 타인의 시선에 따라 만들어진 표현이다.
6. 불꽃의 시선
이름은 권력이다.
우리가 쓰는 나라 이름들 대부분은
우리가 만들지 않은 이름들이고,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 이름들이다.
“나는 나를 뭐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 질문은 사람에게도, 나라에게도 똑같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말은 정체성의 구조를 결정하는 시작이니까.
이름을 되찾는 것은 단순한 말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역사의 회복이며, 언어의 자각이다.
by 불꽃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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