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감성 사이, 그 어느 다리위에서...

5. 불꽃의시선

감리의 빵상자 — 작은 정성과 청렴 사이

불꽃엔지니어 2025. 5. 20. 20:06

2011. 09. 03 (토)

🌍 [감리일기]

오늘은 당직이 아닌 날이었지만, 전날 검측 과정에서 지적한 철근 배근 상태, 피복 두께, 청소 상태 등이 시공사에 의해 제대로 수정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출근했다.


검측 승인 여부가 전체 공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감리로서의 책임감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결과적으로 수정사항은 이행되었고, 검측은 승인되었다.

이후, OO건설의 O소장은 "우리 때문에 토요일에 출근하게 되어 너무 죄송하다"며 감리단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파리바게트 빵 두 상자를 건넸다.

나는 극구 사양했다. 그러나 상대방의 반복된 정중한 마음 표현을 외면하기도 어려워, 결국 받되, 사진 촬영과 기록을 병행해 남겼다. 점심 제안도 있었지만, 혹여 생길 오해의 여지를 우려해 정중히 거절했다.

당시 내 마음은 이렇게 기록돼 있다:

“업무의 일환으로 자발적 근무한 것이지만, 상대방은 너무 미안해 하기에… 그러나 감리원의 청렴의 의무도 지켜야 하고… 도의적인 성의도 너무 매몰차게 무시할 수 없어, 받아두고 사진 촬영함.”


이것은 사소한 에피소드였지만, 직업윤리와 인간적인 감정 사이에서
감리가 지켜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를 나 자신에게 묻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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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감리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이런 상황, 외국의 감리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문화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본 원칙은 거의 같다.

🔹 미국 (AIA, FIDIC 기준)

  • AIA(미국건축가협회)의 윤리규정은 다음과 같이 명시한다:
  • "직무 수행 중 금품, 접대, 사적 호의는 이해충돌로 간주될 수 있다."
  • FIDIC(국제컨설팅엔지니어연맹)은 "감리는 의혹이 생길 수 있는 상황조차 피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다.
  • 대부분의 엔지니어링 회사는 금액의 크기와 무관하게 선물 수령 시 문서화, 보고, 반납 절차를 요구한다.

🔹 일본

  • 일본의 기술자 윤리 강령은 "사적인 호의가 공적인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대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 특히 공공감리일수록, 커피 한 잔도 거절하거나 회사의 공용 냉장고에 보관 후 공유 처리한다.

🔹 기타 문화권

  •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감사의 표시로 작은 선물을 건네는 문화가 잔존한다.
  • 그러나 글로벌 프로젝트에선 대부분 서구 기준을 따르도록 가이드라인이 설정되어 있으며, 감리단도 이에 맞춰 철저히 대응한다.

🔎 작지만 단호한 원칙이 조직을 지킨다

감리의 업무는 '검측' 그 자체만이 아니다. 오히려 '검측하는 사람'의 태도와 기록이 검측의 신뢰를 만든다.

그날 나는 단지 빵 두 상자를 받았을 뿐이지만, 그 순간 내게 중요한 건 ‘받았느냐’보다, ‘어떻게 받았느냐’, 그리고 "‘왜 그 기록을 남겼느냐"였다.

작은 정성과 따뜻한 마음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감리의 판단이란, 늘 ‘거리’ 안에서 작동해야 하는 고독한 일이다. 너무 가까워도, 너무 차가워도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기록을 남겼다. 그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감리로서 흔들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마무리하며

세상엔 매뉴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순간이 많다. 하지만 그런 순간일수록 사람은 본모습이 드러난다.

그날의 나는, 조금 피곤했지만 부끄럽지 않았다.

🖋 by 불꽃 📸 with 빵 두 상자, 그리고 감리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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