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일기] '93.12.20. - 작아진 마음, 묻어둔 다짐

📘 1993.12.20. (월) 닐씨 : 맑음

 

아침부터 마음이 무거운 날

아침에 일어나니 무척 피곤하다.
어제 쓸데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피로가 쌓였던 모양이다.

1, 2교시엔 인천대학교 남영국 교수님께서
<시멘트 콘크리트 포장공사와 감리>에 대해 강의해 주셨다.
이어 오후 4, 5, 6교시에는 용마건설 이성희 사장님의
<도로 포장 및 감리> 강의를 들었다.

이성희 사장님은 감리협회 이사로 계시는 분으로,
콘크리트 포장 시 감리 시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사항들을
VTR 자료와 함께 매우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특히 외국과 국내의 포장공사 시공 사례를 비교하며,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부실 시공 실태를 눈으로 확인시켜 주셨다.
책이나 강의로 상상만 하던 부실공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현실감 있는 교육이었다.
무엇을 바로잡고, 무엇을 지켜야 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훌륭한 강의였다.

8교시에는 <도로 유지보수>에 관한 VTR을 시청했다.
도로 포장 이후의 문제점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정리하고 돌아보게 한 교육이었다.

저녁 특강 시간에는 전산(CAD) 강의가 있었다.
오늘은 보다 진전된 AutoCAD 기능을 실습해 보았고,
비록 완전히 숙달된 것은 아니지만,
전보다 훨씬 개념이 선명해졌다.

…그런데.

마음이 자꾸 무거워진다.
같은 반 동기 중, 4개 감리공단 소속 교육생들은
수료 후 연수비가 나온다는 둥,
사무실 배치가 확정됐다는 둥…
기쁜 소식들을 서로 주고받는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이 마음이 자꾸 작아진다.
순간, 상대적 열등감에 짓눌리지만 이내 정신을 다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