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12월 17일 (금) / 날씨: 맑음
오늘은, 나는 보람 있게 살고 있는가?
1, 2교시는 어제에 이어 인하대 양창현 교수님께서 <교량공사와 안전시공> 과목을 맡아 강의하셨다.
현장 경험과 구조적 깊이를 바탕으로 한 수업은 다시금 감리원의 책임감과 기술력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3, 4교시는 한국건설안전기술원 김경진 원장님의 <건설안전> 강의.
6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의 건설재해 사례를 신문 스크랩을 통해 보여주시며,
시공 중 사고는 물론, 노후 구조물의 사후 관리 부족으로 인한 최근 재해 증가까지 짚어 주셨다.
겉으로는 말끔해 보여도, 제대로 시공되지 않은 구조물들이
세월이 흐른 뒤 결국 민낯을 드러내는 현실.
그 무게감에, 내 마음도 숙연해졌다.
5교시는 301호 강의실에서 토목반 전체가 모여
김정복 교수님의 특강을 들었다.
주제는 다소 이색적인 <공산국가의 후계자 문제>.
당초에는 시공사례 발표 시간이었지만, 교육생 대부분이 사회 초년생인지라
발표 대신 강의로 대체된 것이다.
김 교수님은 구소련, 중국, 그리고 한반도 상황까지
국제정세의 흐름을 아주 쉽게 풀어 주셨다.
복잡한 정치 문제도 구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통찰이 인상 깊었다.
6, 7교시에는 교육원 정연광 교수님의 <노무관리> 수업.
현장 관리자가 꼭 알아야 할 노동법 조항들을 중심으로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셨다.
노동자의 권리와 관리자의 책임 사이, 균형을 고민하게 하는 수업이었다.
마지막 8, 9교시 특강은,
연세대 명예교수이자 우리나라 지성인 중 한 분인 김형석 교수님의 강의.
주제는 <보람 있는 삶>.
그분의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하고 단단한 말씀들은
오늘 하루의 피로를 잊게 만들었고,
‘내가 과연 보람 있게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자연스레 마음에 새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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