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정말 ‘나’를 알고 있는 걸까”
나를 뜻하는 단어로,
한자에는 ‘아(我)’와 ‘오(吾)’가 있고,
영어에는 ‘I’와 ‘me’가 있습니다.
‘아(我)’는 손[手]에 창[戈]을 든 모양에서 왔다고 합니다.
밖을 향해 드러내고, 주장하고, 때론 과시하고픈 ‘나’지요.
그에 비해 ‘오(吾)’는 입(口)과 오(五)의 결합으로,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내 안에서 조용히 살아 숨 쉬는,
솔직한 나 자신을 뜻한다고 해요.
영어에도 이와 비슷한 구분이 있는 듯합니다.
보여지고 비춰지는 ‘나’는 사회 속에서 작동하는 자아, 목적격의 ‘me’.
반면, 내면에서 묵묵히 바라보는 주체,
생각을 내려두고 마주하는 진짜 나는 ‘I’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이런 구분은 철학자 부버나 현대 심리학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사실 세상은, 솔직한 나보다
드러내고 연출된 나를 더 쉽게 인정하곤 합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자신을 포장하고, 다듬고, 보여주기 위한 일에
더 많은 시간과 마음을 쓰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드러낼수록
진짜 나와는 점점 멀어지고,
그 사이를 가식과 역할이 채워가면서
어쩌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가끔은, 선인들의 지혜를 따라
자꾸 커져만 가는 ‘나(我, me)’는 잠시 내려두고,
희미해져 가는 ‘나(吾, I)’를 다시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 나를 기억하는 일,
그것이 어쩌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다시 비워두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 2015.07.16. 불꽃
2015.07.16. by 불꽃(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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