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12월 14일 (화) / 날씨: 맑음
오늘 하루, 가득 찬 강의와 작은 간절함
오늘은 오전부터 저녁 특강까지 꽉 찬 일정이었다.
오전 1~4교시엔 한국종합ENG 이법호 대표이사님의 <상하수도와 안전시공> 강의가 있었다.
그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라면서,
"물의 원활한 공급은 정치를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역설하셨다.
현장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수십 년간의 노하우가 가득 담긴 이야기였기에 귀 기울여 들었다.
오전 수업이 끝나자마자 점심을 서둘러 먹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챙겨 우체국으로 향했다.
며칠 전 신문에서 본 ㈜경일기술공사 신입사원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오후 4~7교시엔 서울대 김명모 교수님의 <토공과 안전시공> 강의가 이어졌다.
토질공학은 이미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라 큰 부담은 없었지만,
김 교수님은 단순히 내용을 설명하기보다 문답식으로 강의를 이끌어 나갔다.
막연히 암기해둔 지식이 많았던 내게는, 꽤나 날카롭고 의미 있는 자극이었다.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 질문들 앞에서 명확하게 대답하는 수강생은 많지 않았고,
그만큼 우리 모두가 얼마나 허술하게 전공을 다뤄왔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내가 알고 있는 수준이 세발의 피처럼 느껴졌고,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겠다는 위기감도 들었다.
저녁 특강 시간에는 김긍환 실장님의 <감리업무수행지침서 해설> 강의가 있었다.
지난 첫 강의 때처럼 질문이 쏟아지진 않았고, 오늘은 진도가 제법 잘 나갔다.
요즘 하루하루가 간절하다.
이번 교육을 마치고 꼭 취직이 되면 좋겠다.
부모님 앞에서도, 친구들 앞에서도 당당하고 싶다.
큰 결심 끝에 참가한 이 교육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주길 바란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뭐든지 제대로 해낼 자신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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