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11월 30일 (화) / 날씨 : 비교
교육원 입교 이틀째.
오늘은 좀 늦게 일어났다.
먼 여행의 여독이 어젯밤에야 풀렸는지
깊이 잠들었다가 오전 7시에 기상했다.
우리 316호실 룸메이트들과도 어느 정도 친숙해졌다.
룸메는 이름 가나다 순으로 교번이 지정돼 호실이 배정됐는데,
김현성(동의대), 김현성(중앙대), 김현철(경북대),
김형돈(서울대), 김형태(금오공대), 김홍문(건국대), 류인광(순천대)
이렇게 7명이다. 다들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들이다.
오전 첫 시간엔 305호 강의실에서
<지반보강 특수공법>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강사는 상지기술공사 사장인 임철웅 씨였다.
학교 수업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던
최신 공법 5가지가 소개되었다.
- TEXSOL 공법
- 메나드 Drin 공법
- 동적치환공법
- 동압밀공법 (Dynamic consolidation method)
- 진공압밀공법
동압밀공법은 학교에서도 배웠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생소했다.
그런 탓인지 질문 공세가 터져 나왔다.
특히 TEXSOL 공법에 대한 질문이 쇄도했다.
강사는 하나하나 알기 쉽게, 명쾌하게 답해 주었다.
강의 후 VTR 상영이 이어졌고,
이론적 강의를 화면으로 접하니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오후에는 <강구조> 과목.
인하대 구민세 교수님이 강의를 맡았다.
(훗날, 나의 대학원 석사과정 지도교수님이시다.)
강구조는 이미 학교에서 배운 과목이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실무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았다.
6교시는 <전산활용> 시간이었다.
이봉규 교수님이 컴퓨터의 역사와 개론을 설명했는데
내용이 다소 지루했다.
다만, 저녁 일과 후인 오후 6시부터
전산 특강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MS DOS가 약한 사람들을 위한 시간이었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 A, B 두 반으로 나눠 진행됐다.
교육원에는 컴퓨터가 60대밖에 없었는데
신청자가 두 배가 넘었다.
그래서 MS DOS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은
참가하지 않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나는 조금 의아했다.
4년제 대학을 나왔는데도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나 역시 잘하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DOS나 한글 텍스트 입력 정도는
할 줄 아는 축에 속했다.
나보다 컴맹이 이렇게 많다는 건,
각 대학의 토목・건축 교육이
컴퓨터 교육을 얼마나 도외시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번 기회에 컴퓨터 기초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전산 특강 시간,
이봉규 교수는 아주 상세하게 설명을 잘 해주었다.
따라가기 무척 쉬웠고,
교육원이 우리 초급 감리원들에게
얼마나 깊이 신경 쓰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교육생들은 학습 태도가 정말 좋다.
예습, 복습 모두 열심이고
이 시간에도 기숙사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침대에 커튼을 치고
그 안에서 공부하는 사람도 있다.
자극이 된다.
군복무 시절, 분대장 교육을 받을 때
2군 전체 분대장 중 내가 1등을 했던 것처럼
이번 교육 과정에서도 꼭 1등을 하고 싶다.
아참, 오늘 신문에
우리 교육과 관련된 뉴스가 실렸다고 한다.
건설부장관님의 발언이 기사로 보도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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