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11월 29일 (월) / 날씨 : 약간 흐림
건설기술교육원에서의 첫날
지난 밤, 잠자리가 익숙치 못한 탓인지 밤새 잠을 깊이 못 잔 것 같다.
새벽 5시에 눈이 떠져 뒤척이다가 6시 반경 세면장에 가서 세수를 했다.
모든 시설들이 아주 훌륭하여 불편함이 없었다.
오전 10시에 입교식을 가진 후,
11시엔 본관 305호실에서 교육원 지도교수인 김여택 교수와의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졌다.
토목1반은 김여택 교수, 토목2반은 김정복 교수, 건축1반은 박방열 교수였는데
다들 다채롭고 화려한 학력과 경력의 소유자였다.
점심식사 후, 오후 일과 시간엔 고병우 건설부장관의 특강이 예정돼 있어
본관 강당으로 집합했다.
특강은 고 장관의 국회 출석 관계로 1시간 정도 연기되었다.
그 빈 시간엔 토목2반 김정복 교수가
건설기술교육원 소개와 교육 중 지켜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 설명했다.
오후 2시부터는 고병우 건설부장관이 도착해서 특강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 강의엔 SBS TV 뉴스팀이 나와 촬영도 했다.
고 장관은 특강에서
“제1기 초급감리원 과정에 입교한 것을 축하한다”면서
“부실공사를 방지하기 위해 열심히 교육에 임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건설부의 3대 주요 정책으로
- 건설관계 법령 정비 및 입법
- 국토의 효율적 이용 정책
- 부실공사 추방
을 설명하면서, 특히 부실공사 추방에 강도 높은 의지를 나타냈다.
“내년(94년)부터 건설시장이 개방되면,
부실공사가 많은 건설업계가 설 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
"이 현실을 방지하는 최선책은 감리제도의 강화로 부실공사를 추방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부실공사를 자주 유발시키는 업체는 명단을 공개할 것이며,
공사에 참여하는 감리원의 임무와 권한도 대폭 강화할 것이다.”
“지난 6월 건설기술관리법을 개정해 이번 <제1기 초급감리원> 교육이 시행된 것이다.”
“여러분은 나의 분신과도 같다.”
“부실공사 등 하자가 발생했을 시, 감리원에게 재시공 명령권을 부여했으니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말고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완수해달라.”
“만약 부정행위가 발생하고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할 경우엔
처벌로 다스릴 것이다.”
“감리원은 비록 민간인 신분이지만 그 대우와 임무는 공무원과 같다.”
그는 감리원을 <민간공무원>이라 명확히 규정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94년은 부실공사 추방의 원년으로 삼겠다.
과정을 마친 뒤 현장에 나가면
대한의 젊은이로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완벽한 감리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부실공사를 추방하는 것’이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고 장관의 강의가 끝나자
우리 초급감리원 교육생들은 뜨거운 박수 갈채를 보냈다.
그의 의지는 예비 감리원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었다.
고 장관의 특강 후,
305 강의실에서는 김정복 교수의 “국제 정세와 한반도 문제”에 관한 강의가 이어졌다.
오늘은,
내가 이 교육에 참가하길 정말 잘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하루였다.
열심히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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