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감성 사이, 그 어느 다리위에서...

5. 불꽃의시선

동트는 새벽

불꽃엔지니어 2025. 6. 22. 04:38

 

새벽 4시를 훌쩍 넘긴 시각.
모델은 또 수렴되지 않았다.
3차 반복까지는 안정적이었지만,
4차에서 갑작스럽게 변위가 튀었고,
반력은 균형을 잃었다.

하중 조건은 이상 없고,
경계조건도 수차례 점검했지만
결과는 여전히 비정상적이었다.

스프링 강성, 콘크리트 탄성계수,
경간 길이, 단면 설정…
뭔가 놓쳤다는 불안만 커졌다.

결과보다
질문이 더 많아지는 밤.

결국 모델은 침묵했고,
나도 화면을 멈춘 채,
조용히 그 구조를 바라보았다.

그 구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정적을 느꼈다.

“내가 만든 이 조건이,
현실의 하중을 진짜 담아내고 있나?”

“지금 수치가 맞다고 해서,
정말 이 구조가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나?”

수치는 끝내 수렴되지 않았고,
동이 트기 시작했다.

그 새벽,
나는 하나의 진실을 얻었다.

수치가 남는 밤보다,
질문이 남는 새벽을 견뎌본 사람만이
진짜 구조를 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이후로 나는,
해석을 시작하기 전
항상 조용히 이렇게 되묻는다.

“이 모델 안의 구조는,
지금 나에게
어떤 의문을 품고 있는가?”

 

나는 그 질문과 함께,
오늘도
하루의 구조를 마감한다.

 

by  불꽃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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