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의 이름으로, 감정을 받다
기술자는 늘 '무엇을 지탱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 대상이 건물이든, 교량이든, 혹은 사람의 마음이든 간에.
나는 구조를 통해 감정을 배웠다.
하중이 작용하는 방향,
응력이 몰리는 지점,
그 모든 것을 해석하면서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구조적으로 접근해 보고 싶어졌다.
슬픔은 충격하중처럼 갑자기 오고,
후회는 반복되는 피로처럼 조금씩 금을 만든다.
사랑은 인장력처럼 팽팽하고,
그리움은 장기 하중처럼 조용히 쌓여간다.
나는 그런 감정을 구조의 언어로 번역하고 싶었다.
그래서 때때로 나는
감정을 구조물처럼 설계한다.
기억이라는 콘크리트에,
의지를 철근처럼 심고,
말이라는 거푸집으로
그 감정을 안전하게 부어 올린다.
이렇게 적층된 감정들은
어느 날 나도 모르게
기억의 구조물이 되어
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그러니 감정이 흔들릴 때,
나는 구조를 생각한다.
기술자로서의 나는
결국 감정을 해석하는 사람이고,
그 감정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작은 구조물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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